[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당일치기로 즐기는 소금호수…살튼시
캘리포니아 남단의 대도시 샌디에이고에서 동쪽으로 약 120마일 떨어진 곳에 살튼시(Salton Sea)라는 캘리포니아 최대의 내륙 호수가 있다. 그 이름이 보여주듯이 이곳은 바닷물보다 더 짠 소금 호수로, 독특한 환경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기묘하고 낯설지만, 그 안엔 놀라운 역사와 예술, 그리고 자유가 숨어 있다. 살튼시가 위치한 지역, 즉 임페리얼 밸리는 오랜 세월 동안 크고 작은 호수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며 비옥한 토양이 형성된 곳이다. 하지만 현재의 살튼시는 1905년, 콜로라도 강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길을 돌리는 과정에서 강물이 범람했고, 그 결과 이 거대한 호수가 탄생했다. 이렇게 형성된 살튼시는 풍부한 어류가 서식하는 환경이 되었고, 호숫가에는 리조트가 들어서며 1950~60년대에는 인기 있는 관광 명소로 번성했다. 한때는 캘리포니아서 요세미티 다음으로 많은 인파가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주변에서 흘러드는 농업용 폐수가 축적되며 호수의 염도와 오염도가 점차 높아졌다. 결국, 많은 물고기가 폐사했고, 악취와 환경 문제로 인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호숫가 마을들은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한때 번성했던 호숫가 마을들은 지금은 대부분 고스트 타운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살튼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황폐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살튼시 주변으로 볼만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먼저 방문자 센터를 먼저 찾아보자. 7달러의 입장료를 내면 넓은 주차장과 피크닉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조류 관찰 프로그램이 유명한데 수많은 철새가 이곳을 찾기 때문에 조류 관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호숫가에 나가보면 반짝이는 가루들이 깔렸는데, 이는 모래가 아닌 물고기의 뼛가루이다. 호수의 높은 염도로 인해 많은 물고기가 폐사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호숫가에 가까이 갈수록 강한 비린내가 풍긴다. 그다음으로 봄베이 비치(Bombay Beach)를 들러보자. 이곳은 살튼시 주변에서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입구에는 버려진 텔레비전에 페인트칠한 작품들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해변가에는 여러 가지 예술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동남아시아 사찰을 연상시키는 구조물, 덩그러니 놓여 있는 피아노, 하얀 페인트로 칠해진 앙상한 나무 등이 공허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동차와 폐금속으로 만든 구조물들은 밤하늘의 별빛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예술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한때 할리우드 명사들의 별장이 들어섰던 이곳은 이제는 고스트 타운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 허무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리고 슬랩 시티(Slab City)라는 독특한 공동체를 방문해보자. 이곳은 행정 구역 밖에 위치한 비공식적인 마을로, 겉으로 보기에는 쓰레기 더미에 갇힌 판자촌을 연상케 한다. 미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충격적인 동네이지만 간섭받지 않는 삶을 즐기려는 여행자, 예술가, 방랑자 등, 기존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원래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 훈련 기지였던 캠프 던랩(Camp Dunlap)이 있던 자리로, 군이 철수한 후 콘크리트 슬래브(기초 바닥)만 남아 ‘슬랩 시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는 공식적인 전기, 수도, 쓰레기 수거 서비스가 없으며, 주민들은 태양광 패널, 발전기, 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며 생활한다. 슬랩 시티 입구에는 ‘구원의 언덕’이라 불리는 살베이션 마운틴(Salvation Mountain)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예술가 레너드 나이트(Leonard Knight)가 1980년부터 2004년까지 약 25년 동안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온갖 화려한 색상의 페인트로 칠해진 언덕에는 ‘God Is Love’라는 문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경 구절과 구원의 개념이 표현되어 있다. 이곳은 영적인 장소로도 유명하며, 컬러풀한 색감 덕분에 멀리서도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살베이션 마운틴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평화롭고 영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살튼시는 LA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으며, 온화한 기후 덕분에 겨울철 여행지로 적합하다. 또한, 인근 안자 보레고 사막 주립공원(Anza-Borrego Desert State Park)과 함께 둘러보면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될 것이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당일치기로 소금호수 호숫가 마을들 캘리포니아 남단 소금 호수